그대 이제 울어도 좋으리*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1999-09-02

조회수 1498

- 내 나이 마흔에(9) 



힘센 녀석에게 얻어맞고 울며 들어오는 아들에게 엄니가 하시는 말씀, 
"뚝! 사내녀석이 그만한 일에 우냐? 아이고~ 챙피혀라." 
거기다 한 술 더 뜨는 우리네 아부지의 말씀, 
"자고로 남자는 평생에 두 번 우는 법여. 
태어날 때 한 번 울고 부모 돌아가실 때 우는 거여. 그라고는 울믄 몬쓰제." 

아하~ 남자는 울면 안 되는 거로구나. 
남자가 운다는 건 약함을 증명하는 것이며 남자답지 못함을 나타내는 것이로구나. 
아이는 자라면서 "울면 안돼!"를 되뇌인다. 
그리고 그가 어른가 되었을 때도 그는 그 교훈을 지키려 애를 쓴다. 
눈물이 나려 할 때는 하늘을 보며 이를 악물고. 
울지 않는 남자라야 괜찮은(?) 남자니까. 
덕분에 이 땅의 남자들은 감정표현이 자유로운 여자들에 비해 수명이 짧아졌다나요~ 

아이든 어른이든 우는 사람은 우는 이유가 있다. 
슬프니까 울고 아프니까 우는 거다. 
억울하니까 울고 괴로우니까 눈물이 나는 거다. 
그리우니까 울고 외로우니까 눈물이 흐르는 거다. 
그런데 우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니... 

우는 모습을 보는 사람이 제 아무리 우는 이를 사랑한다지만 
우는 사람만큼 절박한 심정일까? 
왜 우느냐, 울지 말라 말하기보다는 
슬픔이 가라앉을 때까지 조용히 지켜보아 주는것, 
떨리는 어깨에 가만히 손을 얹어 
내가 너의 곁에 있음을 전해주는 것만으로 충분할진대... 

누군가는 말했다. 
사람이 가장 인간다울 때는 웃을 때가 아니라 울 때라고. 
눈시울이 붉어진 사람을 볼 때만큼 그 사람다운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고요히 기도하는 이의 눈에서 흐르는 맑은 눈물, 
그보다 아름다운 게 또 있으랴. 

그대, 이제 울어도 좋으리. 
사람에게서 지치고 삶이 힘들 때 
그대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그대의 영혼을 정화시키는 새 힘이 되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