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보약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2000-06-20

조회수 1584

      저녁 식사 시간을 한참이나 놓친 귀가 시간이었습니다. 
      어느 새 시계 바늘은 9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일을 할 때는 몰랐는데 긴장이 풀려서인지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 있었습니다. 


      집에 도착하기 20여분을 남긴 시각, 휴대폰이 울렸습니다. 
      꼭 할 말이 있으니 잠시 집에 들렀다 가면 좋겠다는 
      전화였습니다. 
      이 사람, 저 사람 챙길 사람이 많아  늘 분주하게 살지만 
      마음 씀씀이가 예쁘고 넉넉하여 누구에게나 편안함을 주는 
      친구의 목소리였습니다. 
      그런데 나는 그 전화를 받고 잠시 망설였습니다. 그날은 
      너무도 피곤하여 무조건 그냥 쉬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평소에 자주 있는 일도 아니었고 친구도 보고 싶어 
      정말 잠깐 얼굴만 보고 일어나겠다는 생각으로 친구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요? 
      식탁 위에는 내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서 갓 지어낸 
      먹음직스런 콩나물밥과 텃밭에서 길러냈다는 맛갈스런 
      무공해 나물이 기다리는 있었다는 게 아닙니까? 
      요즘 들어 부쩍 지쳐 있고 입맛도 없음을 눈치챈 친구의 
      배려였습니다. 

      들어갈 때는 저녁 식사는 생각도 없었는데 사랑이 듬뿍 
      담긴 음식을 보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한 그릇을 깨끗하게 
      비웠습니다. 그리고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지요. 
      "나 안 왔으면 후회할 뻔 했다~"라고 말입니다. 

      수저를 놓으며 생각했습니다. 
      친구가 지어준  맛있는 콩나물밥 한 그릇은 내가 먹었던 
      그 어떤 음식보다 융숭한 대접이었으며 인삼 녹용에 비길 
      수 없는 확실한 효능의 보약이 될 거라구요. 
            
      고단했던 날의  콩나물밥 한 그릇은 두고두고 고마운 
      기억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