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2000-05-21
조회수 1647
愛人
약간은 구슬픈 단조의 음악을 배경으로 한 여자가 詩을
읽고 있습니다.
기다림은 기쁨인 걸 알았습니다
어깨를 안는 것이 기쁨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생각만 하고 있는데 더 큰 기쁨이 올 줄이야
이 땅에 당신이 있다는 사실 하나가
이처럼 내 맘을 뜨겁게 하는 것은 신기한 일입니다.
낮은 톤으로 천천히 읽는 그녀의 목소리가 편안합니다.
제목을 알 수 없는 없는 詩句가 잔잔한 물결을
일으킵니다.
언제가 누군가 내게 물었습니다.
"넌 혼자 있을 때 뭐하니? 심심하지 않니?"
나는 생각해 보았습니다. 내가 혼자 있을 때 뭘 했는지...
그러고보면 나는 혼자라고 여겼던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인생이란 결국은 혼자임을 일찌감치 눈치채고 혼자
있는 시간을 길들이고 있었는 지도 모릅니다.
홀로 앉아 하염없이 먼 산을 바라보고 있을 때에도 나는
누군가와 늘 함께 있었습니다.
때로는 오래 묵어 빛깔이 바랜 옛 기억에 잠기거나 때로는
이제 막 칠을 입혀 물감 냄새가 가시지 않은 이야기들을
나의 보물창고에 저장하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사랑했던 사람, 고마웠던 기억들, 들꽃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운 손길, 햇살같은 미소, 드러나지 않는 배려와
친절...
그러한 기억들이 지워지지 않는 한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닐
것입니다.
몇해 전 어느 방송사에서 '애인'이란 드라마를 방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국회까지 떠들썩하게 했다는 그 드라마 이후
'애인'이란 말은 사람들 사이에서 야릇한 의미를 가진
단어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내가 사랑하는 몇 단어 중
하나인 그 말, 함박미소처럼 가슴 설레게하는 그 말은
눈치를 보며 써야 하는 끼 있는 단어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나는 여전히 그 말을 좋아합니다.
여자면 어떻고 남자면 어떨까요?
어린 아이면 어떻고 연세 높으신 어른이면 또 어떨까요?
일상에서 얼굴을 마주하면 어떻고 잠시 스쳐간 얼굴이면
어떨까요?
사랑하는 사람, 그들이 있어 회색빛 세상에 푸른 하늘이
열리고 캄캄한 밤에 작은 등불로 반짝이는데...
나는 사랑하는 이를 만나기는 했으나 헤어진 적이
없습니다.
기억력이 쇠하여 내가 누구인지를 잊지 않는 한 나에게
이별이란 없을 것입니다.
비록 빛 바랜 사진첩의 사진처럼 흑백사진으로 남아 있다
할지라도, 다시는 얼굴을 마주 대할 수 없다 할지라도,
이름을 외우진 못할지라도 사랑하는 님들이 두고 가신
기억들은 두고두고 내 가슴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이 땅에 당신이 있다는 사실 하나가
이처럼 내 맘을 뜨겁게 하는 것은 신기한 일입니다.
약간은 구슬픈 단조의 음악을 배경으로 한 여자가 詩을
읽고 있습니다.
기다림은 기쁨인 걸 알았습니다
어깨를 안는 것이 기쁨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생각만 하고 있는데 더 큰 기쁨이 올 줄이야
이 땅에 당신이 있다는 사실 하나가
이처럼 내 맘을 뜨겁게 하는 것은 신기한 일입니다.
낮은 톤으로 천천히 읽는 그녀의 목소리가 편안합니다.
제목을 알 수 없는 없는 詩句가 잔잔한 물결을
일으킵니다.
언제가 누군가 내게 물었습니다.
"넌 혼자 있을 때 뭐하니? 심심하지 않니?"
나는 생각해 보았습니다. 내가 혼자 있을 때 뭘 했는지...
그러고보면 나는 혼자라고 여겼던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인생이란 결국은 혼자임을 일찌감치 눈치채고 혼자
있는 시간을 길들이고 있었는 지도 모릅니다.
홀로 앉아 하염없이 먼 산을 바라보고 있을 때에도 나는
누군가와 늘 함께 있었습니다.
때로는 오래 묵어 빛깔이 바랜 옛 기억에 잠기거나 때로는
이제 막 칠을 입혀 물감 냄새가 가시지 않은 이야기들을
나의 보물창고에 저장하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사랑했던 사람, 고마웠던 기억들, 들꽃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운 손길, 햇살같은 미소, 드러나지 않는 배려와
친절...
그러한 기억들이 지워지지 않는 한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닐
것입니다.
몇해 전 어느 방송사에서 '애인'이란 드라마를 방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국회까지 떠들썩하게 했다는 그 드라마 이후
'애인'이란 말은 사람들 사이에서 야릇한 의미를 가진
단어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내가 사랑하는 몇 단어 중
하나인 그 말, 함박미소처럼 가슴 설레게하는 그 말은
눈치를 보며 써야 하는 끼 있는 단어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나는 여전히 그 말을 좋아합니다.
여자면 어떻고 남자면 어떨까요?
어린 아이면 어떻고 연세 높으신 어른이면 또 어떨까요?
일상에서 얼굴을 마주하면 어떻고 잠시 스쳐간 얼굴이면
어떨까요?
사랑하는 사람, 그들이 있어 회색빛 세상에 푸른 하늘이
열리고 캄캄한 밤에 작은 등불로 반짝이는데...
나는 사랑하는 이를 만나기는 했으나 헤어진 적이
없습니다.
기억력이 쇠하여 내가 누구인지를 잊지 않는 한 나에게
이별이란 없을 것입니다.
비록 빛 바랜 사진첩의 사진처럼 흑백사진으로 남아 있다
할지라도, 다시는 얼굴을 마주 대할 수 없다 할지라도,
이름을 외우진 못할지라도 사랑하는 님들이 두고 가신
기억들은 두고두고 내 가슴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이 땅에 당신이 있다는 사실 하나가
이처럼 내 맘을 뜨겁게 하는 것은 신기한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