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듣는 아침,
맑고 투명한 빗방울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가슴 속으로...

아침마다 집안을 가득 메우던 소리가 잠시 멈추었습니다.
일 년 중 하루, 오늘은 저의 휴일입니다.
그제는 한 남자를, 어제는 또 한 남자를, 오늘은 아침 일찍 그 남자를 배웅하고
평소와는 다른 아침을 맞이합니다.
"여보~"와 "엄마~~"를 부르는 소리로 분주한 아침과는 또 다른 느낌의 아침...

편안한 불빛 아래서 늘 먹는 된장찌개의 구수함도 좋지만 아주 가끔은 잔잔한
음악이 깔리고 화려한 조명이 있는 공간에서 한껏 기분을 내며 즐기는
스테이크가 맛있는 것처럼 이런 시간이 주는 여유로움이 좋습니다.

출근도 퇴근도 없는 24시간 종일근무로부터 잠시의 휴식,
오늘은 저를 위해 만찬을 베풀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잠시 전화도 닫고 대문도 걸어 잠그고...
무엇을 할까?
어디로 갈까?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 중에 가장 우선순위, 그게 뭘까?

오늘은 '나'를 만나고 싶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늘 뒷전이 되었던 나에게 나무들의 이야길 들려주고 싶습니다.
오늘도 나를 기다릴 그 곳에 가고 싶습니다.
한참 동안 쌓아두었을 자연의 이야기를 가만가만 듣겠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많은 말을 해야 하는 일상을 접고 침묵이 전하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언제나 가득 차 넘쳐 흐르던 숲속 옹달샘처럼 내 마음에도 맑은 시내가 흘러
넘치게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돌아올 세 남자에게 넉넉한 미소를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