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웅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1999-08-31
조회수 2124
비가 오는 새벽,
잠에서 깨어나고도 한참이나 그대로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첼로의 저음과 바이얼린의 고음이 조화를 이루듯 빗소리와 어울어진 귀뚜라미 소리의 절묘한 조화를 조용히 듣고 있었거든요.
어느새 한 계절이 가고 또 한 계절이 오는 길목에 서 있습니다.
아직도 한낮엔 매미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이미 여름은 폭염, 물난리, 폭풍, 열대야 등의 기억과 함께 저만치 밀려나고 아침 저녁으론 이불을 당겨 덮어야 할 정도로 서늘해진 바람과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하늘가를 맴도는 빨간색 고추 잠자리의 풍경 속으로 가을 오고 있습니다.
버선발로 달려나가 새로운 손님을 맞이하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가는 이를 미련없이 보내는 것은 늘 쉽 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특별히 여름을 사랑한 것도 아니었는데, 특별한 의미를 남긴 것도 아니었는데 가는 이의 뒷 모습은 언제나 긴 여운을 남깁니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이 세상에 특별한 의미가 되지 않는 게 무엇일까요?
숱한 여름이 왔다갔지만
내 나이 마흔의 여름은 나의 일생 중에 단 한 번의 시간이니
이 또한 생각하기에 따라 특별한 의미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고 보면 가는 이를 배웅하는 내 마음에 물결이 번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인 지도 모릅니다.
지난 주말,
잠시 귀국했던 님(?)을 보내고 공항을 빠져나오면서
나는 또 아이처럼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습니다.
"그리 가려면 오지나 말지..."
돌아서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그렇게 억지를 부렸습니다.
유학길에 오른 형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지 10년이 가까운 언니,
마흔이 되고서도 자주독립만세를 부르지 못하고
언니의 오고감에 영향을 받는 내가 한심도 했지만 좋은 걸 어찌합니까? 사랑하는 걸...
내 나이 마흔에도 아직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남아 있음을 새삼 깨닫습니다.
오고 가는 계절 때문에 잠을 설치고 '굳세어라 금순아!'를 사양하지 않다가도 사랑하는 이의 뒷모습에는 한없이 나약해지는 여린 마음을..
언젠가 택시에서 인상깊게 들었던 '배웅'이란 노래를 떠올립니다.
가사도 모르고 곡도 모르지만 그 노래가 담고 있던 상냥하고 따뜻한 느낌을 기억합니다.
여름을 배웅하는 오늘은 새벽부터 진종일 비가 내립니다.
산에도, 들에도, 내 마음에도...
잠에서 깨어나고도 한참이나 그대로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첼로의 저음과 바이얼린의 고음이 조화를 이루듯 빗소리와 어울어진 귀뚜라미 소리의 절묘한 조화를 조용히 듣고 있었거든요.
어느새 한 계절이 가고 또 한 계절이 오는 길목에 서 있습니다.
아직도 한낮엔 매미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이미 여름은 폭염, 물난리, 폭풍, 열대야 등의 기억과 함께 저만치 밀려나고 아침 저녁으론 이불을 당겨 덮어야 할 정도로 서늘해진 바람과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하늘가를 맴도는 빨간색 고추 잠자리의 풍경 속으로 가을 오고 있습니다.
버선발로 달려나가 새로운 손님을 맞이하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가는 이를 미련없이 보내는 것은 늘 쉽 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특별히 여름을 사랑한 것도 아니었는데, 특별한 의미를 남긴 것도 아니었는데 가는 이의 뒷 모습은 언제나 긴 여운을 남깁니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이 세상에 특별한 의미가 되지 않는 게 무엇일까요?
숱한 여름이 왔다갔지만
내 나이 마흔의 여름은 나의 일생 중에 단 한 번의 시간이니
이 또한 생각하기에 따라 특별한 의미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고 보면 가는 이를 배웅하는 내 마음에 물결이 번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인 지도 모릅니다.
지난 주말,
잠시 귀국했던 님(?)을 보내고 공항을 빠져나오면서
나는 또 아이처럼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습니다.
"그리 가려면 오지나 말지..."
돌아서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그렇게 억지를 부렸습니다.
유학길에 오른 형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지 10년이 가까운 언니,
마흔이 되고서도 자주독립만세를 부르지 못하고
언니의 오고감에 영향을 받는 내가 한심도 했지만 좋은 걸 어찌합니까? 사랑하는 걸...
내 나이 마흔에도 아직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남아 있음을 새삼 깨닫습니다.
오고 가는 계절 때문에 잠을 설치고 '굳세어라 금순아!'를 사양하지 않다가도 사랑하는 이의 뒷모습에는 한없이 나약해지는 여린 마음을..
언젠가 택시에서 인상깊게 들었던 '배웅'이란 노래를 떠올립니다.
가사도 모르고 곡도 모르지만 그 노래가 담고 있던 상냥하고 따뜻한 느낌을 기억합니다.
여름을 배웅하는 오늘은 새벽부터 진종일 비가 내립니다.
산에도, 들에도, 내 마음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