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의 아침같은...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1999-09-01

조회수 2026

두 주간을 숨죽이며 침묵 속에 보냈습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일들도 분주하기도 했지만
실타래처럼 헝클어진 마음을 풀어내기가 어려웠습니다.
말을 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우리네 삶이지만 때론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이 말 저말 마구 쏟아놓을 때
그 말은 영락없이 후회로 남게 되리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해마다 이맘때를 넘기는 게 그리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해는 그랬습니다.
구슬프고도 애절한, 끊어질 듯 이어지는 귀뚜라미 소리에 잠을 깨어
새벽을 맞기까지 거실 한 편에 앉아 그 소리에만 마음을 기울인 적이 있었지요.
저에게는 환상적인 낭만의 소리로 들렸지만
밤새도록 목이 터져라 울어야 하는 귀뚜라미에게는
치열 한 생존경쟁을 치르는 중일 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이름하여 계절을 타는 걸까요?
하기야 계절을 타면 어떻습니까?
여름과 가을을 이어주는 다리처럼 잠깐 스쳐가는 계절에 마음의 허리끈을 고쳐매어서 풍성한 가을을 준비할 수 있다면...

제가 한 줄 글도 쓰지 못하고 자리를 비운 사이
님들께서 메꾸어주신 아름다운 '추천시'가 '꿈꾸는 바다'를 지켜주셨더군요.
행여 잡초가 자라지나 않을까,
이어지는 비에 기와가 무너지지나 않을까 염려해 주시면서...
고개 숙여 감사를 전합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사랑한다는 것은 비 오는 날 내가 쓴 우산을 버리고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구요.
아니, 같이 우산을 쓰지 왜 비를 맞느냐구요?
나 역시 비를 맞을 때 비로소 비를 맞는 이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이지요.

때로 인생이란 바람 부는 언덕에 홀로 선 나무처럼 고달픈 것이라지만
그래도 함께 비를 맞고 걸어갈,
내 영혼의 아침 같은 그대가 계시어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하는 9월입니다.
님들의 마음에도 행복한 9월의 햇살이 가득하시길 비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