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속으로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1999-09-25

조회수 1506

거리에 가을의 빛깔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가을빛 엷은 물감을 풀어서 매일마다 조금씩 섞는 것처럼.
그러다보면 어느 날 문득 무르익은 가을이 성큼 다가서겠지요?

어제는 구덕산이 마주 보이는 곳에 있었습니다.
커다랗고 울창한 나무들로 가득해서 늘 미동조차 하지 않는 의연함으로
그 자리를 지키는 듯 보이는 구덕산도 보일 듯 말 듯 돌아눕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가을을 향해서...

몇 해 전 부산에서 서울까지 기차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습니다.
이름하여 '가을여행'.
그 누가 우리 나라가 좁다고 했던가요?
부산에서 서울까지, 이른 가을에서 깊어진 가을까지 한눈에 펼쳐지던
그 아름답던 풍경에 '취한다'는 말의 뜻을 알 것 같았습니다.

다시 가을.
가벼이 읽을 책 한 권,
가을 풍경에 어울릴 카셑 테잎 두어 개,
그리고 님에게 보낼 엽서 한 장,
달랑 가방에 넣고 떠나고 싶습니다.
가을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