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는 기차를 바라보듯..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1999-10-19

조회수 1358

백화점의 저녁 시간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급히 빠져 나오다가
스쳐 지나는 시선 속에 마음에 드는 물건 하나를 보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냥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날 쇼핑을 하겠다고 미리 생각했던 물건도 아니었고
색깔이 예쁘다고, 금방 눈에 띈다고 얼른 샀다가는 정이 들지 않으면
볼 때마다 후회하게 되리란 걸 알기 때문이었다.
소파 위에 놓이는 작은 쿠션 하나라도 내 것으로 선택하는 그 순간부터
한 울타리에서 아침 저녁으로 무던한 정을 나누는 사이가 될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부터 그 물건이 눈에 아른거리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그러고 보니 그건 곧 필요할 물건 이었고
내가 원하는 디자인과 색깔이었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그리하여 분주한 며칠을 보낸 후 나는 기대하는 마음으로 그 가게에 다시 들렀다.
아! 그런데...
내가 원했던 그것은 이미 팔린 후였고 다시 구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하는 수 없이 비슷한 물건을 찾아보았지만 마음에 차지 않으니...
이미 플랫포옴을 빠져나가고 있는 기차의 뒷 모습을 바라보는 심정~~

사람이든 사물이든 마음을 열고 내 것, 내 친구,
특별한 의미로 받아들이기까지는 늘 시간이 필요했던 나,
덕분에 살아온 시간 어느 모퉁이에는
돌이키지 못하는 아쉬움과 미련의 흔적이 남아 있나 보다.

문득 '기회는 소머리처럼 왔다가 말꼬리처럼 사라진다'는 말이 생각나서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그럴 지도 모른다.
어쩌면 일생에 단 한 번 주어지는 기회나 만남일지 모르는데
오늘도 나는 신중함에만 나를 맡기고 있는 건 아닌지...

지혜를 배우고 싶은 내 나이 마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