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가 듣고 싶다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1999-10-21

조회수 1517

종이 울렸다.
작고 앙증맞게, 그러나 경쾌하고 고운 종소리가 울렸다.
아침 햇살에 문을 여는 호박꽃을 보고 있을 때
딸랑딸랑 작은 종소리가 귓가에 울려왔다.

나는 아주 가끔 종소리를 듣기 위해 길을 나선다.
눈이 시리도록 푸르른 하늘을 바라볼 때나 가슴이 확 트이는 바닷가에 설 때,
나무들이 노래하는 오솔길을 걸어갈 때 은은히 울려퍼지는 종소리를 듣는다.

나는 때때로 종소리를 듣고 싶다.
맑고 투명한 영혼을 가진 사람의 사랑스런 시선 속에서,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의 삶의 모습 속에서,
따뜻하고 편안한 손길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