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절기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1999-11-09
조회수 1499
며칠을 세게 앓았습니다.
오래 전에 읽었던 詩의 한 구절처럼 고열에 시달리면서
앞이 캄캄해지도록 한없는 추락을 맛보았습니다.
겨우 몸을 추스릴 즈음에 벌떡 일어나 미장원으로 향했습니다.
"머리(?) 잘라주세요."
한 해 동안 부지런히 길러온 머리카락을 싹둑 잘랐습니다.
거울 앞에 앉아 있는 동안 짧은 머리의 내 모습만 보았던 친구 생각이 났습니다.
"나 보여주기 전에 너 머리 자르면 혼 내킬 거다."라며 겁주던 친구,
지난 여름, 자르고 싶은 유혹을 받을 때마다 "역시 긴 머리가 너답다."며
한사코 말리던 친구의 얼굴도 스쳐갔습니다.
일 년씩이나 길러온 머리카락인데도 한 번의 가위질에 잘려나가는 걸 보 면서
허탈함이란 단어가 생각났습니다.
어디 머리카락만 그럴까요?
정성스레 담기는 힘들지만 쏟아버리는 건 한 순간이고
아무리 힘들여 탑을 쌓아도 무너뜨리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을 테니까요.
봄에는 새순으로, 여름엔 울창한 싱그러움으로, 가을엔 단풍으로
우리에게 위로를 주었던 나뭇잎들이 이제 낙엽으로 흩날리고 있습니다.
혼자 떠나는 긴 겨울여행에는 가벼운 차림새가 적당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일까요?
입동이랍니다.
이제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라는 뜻이겠지요.
가을에서 겨울로 돌아서는 길모퉁이, 환절기의 아침에 마음을 접습니다.
오래 전에 읽었던 詩의 한 구절처럼 고열에 시달리면서
앞이 캄캄해지도록 한없는 추락을 맛보았습니다.
겨우 몸을 추스릴 즈음에 벌떡 일어나 미장원으로 향했습니다.
"머리(?) 잘라주세요."
한 해 동안 부지런히 길러온 머리카락을 싹둑 잘랐습니다.
거울 앞에 앉아 있는 동안 짧은 머리의 내 모습만 보았던 친구 생각이 났습니다.
"나 보여주기 전에 너 머리 자르면 혼 내킬 거다."라며 겁주던 친구,
지난 여름, 자르고 싶은 유혹을 받을 때마다 "역시 긴 머리가 너답다."며
한사코 말리던 친구의 얼굴도 스쳐갔습니다.
일 년씩이나 길러온 머리카락인데도 한 번의 가위질에 잘려나가는 걸 보 면서
허탈함이란 단어가 생각났습니다.
어디 머리카락만 그럴까요?
정성스레 담기는 힘들지만 쏟아버리는 건 한 순간이고
아무리 힘들여 탑을 쌓아도 무너뜨리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을 테니까요.
봄에는 새순으로, 여름엔 울창한 싱그러움으로, 가을엔 단풍으로
우리에게 위로를 주었던 나뭇잎들이 이제 낙엽으로 흩날리고 있습니다.
혼자 떠나는 긴 겨울여행에는 가벼운 차림새가 적당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일까요?
입동이랍니다.
이제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라는 뜻이겠지요.
가을에서 겨울로 돌아서는 길모퉁이, 환절기의 아침에 마음을 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