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심하고 싶은 날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2000-11-11

조회수 1633

만산홍엽,
눈만 들면 어디든 단풍으로 아름다운 계절이다.
자연의 빛깔이 그래서일까?
나도 그렇게 갈아 입고 싶었다.

  "나 변심하고 싶은데..."
내 말을 제대로 알아 듣지 못한 친구는
  "그래, 가을인데 변신해 봐. 넌 짧은 머리가 더 생기 있어 보이더라."
  "이런~ 변신이 아니고 변심하고 싶단 말야."
하기야 변심이든 변신이든 그게 그거지만...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것도 아니고 언제나 그런 건 아니지만 어떤 결단이
필요할 때, 새로움이 필요할 때 많은 사람들은 머리카락을 자름으로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곤 한다.
나 역시 어떠한 변화를 원할 때 자를 것도 없는 애꿎은 머리카락을
잘라대며 스스로에게 무슨 말인가를 이르곤 했다.
그래서 머리카락에 손을 대는 것을 변심이라고 우겨대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엔 예전과는 달리 변심이 쉽지 않다.
마음 같아선 지난 2년여 동안 길러온 긴 머리를 싹둑 잘라버리고 싶은데
오랜 정 때문일까? 변심하기가 어렵다.
이번에 자르면 어쩌면 다시는 머리를 기르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탓이리라.

성근 빗으로 긴 머리를  빗는다.
아니, 세월을 빗는다.

11월에도 변심은 불가능한 것일까?
오늘도 나는 책상 앞에 앉아 잘라내지 못하는 정을 빗고 생각을 빗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