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려'라는 이름의 꽃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2000-12-28

조회수 1940

성탄절 연휴가 지난 수요일 아침,
방송부에 들어서자 휴일 근무를 했던 pd가 활짝 웃는 얼굴로 꽃다발을 내민다.
 "000 진행자 전해 드리라고 어제 누가 맡겨 놓고 갔어요. 이게 무슨 꽃일까요? 들국
화 같은데…"
'귀부인'을 닮은 보라색 국화, 선이 부드럽고 온화한 '귀부인'이 동양적이라면 마치
새의 갈퀴 같은 그 꽃은 서양적인 느낌을 주는 아름다운 꽃이었다.

꽃다발을 받아 안고 향기를 마셨다.
며칠째 우울하게 드리워져 있던 잿빛 구름 사이로 햇살이 내리는 느낌…
그 꽃이 내게 전해지기까지의 과정을 다 알 수 없지만 작은 사람을 향한 누군가의
깊은 배려와 격려의 마음이 전해져 왔다.
나는 이름 모르는 그 꽃을 '격려'라 부르기로 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늦은 밤, 종일 물을 마시지 못한 탓인지 국화도 나만큼이나 지
쳐 보였다.
화병에 생수를 붓고 몇 조각 얼음을 띄우고 한 송이 두 송이 정성스레 꽃을 꽂았다.
'얼마나 목 말랐었니? 많이 먹고 힘 내라!' 마음으로부터의 격려를 전하면서.

오늘 아침, 싱싱함을 되찾은 '격려'는 아리따운 미소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나를 지켜 보고 있다.

우리는 매일마다 말의 홍수 속에 살아가지만 하루를 돌아보면 꼭 필요한 말, 했어
야 하는 말은 그다지 많지 않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보다는 하지 말았으면 더 좋았
을 말, 듣지 않았으면 차라리 나았을 뻔 했다고 여겨지는 말은 또 얼마나 많은지…
그러나 격려의 말은 언제 어디서나 하는 이나 듣는 이 누구에게나 기분 좋은 말이

마치 갈한 꽃에게 생수를 먹게 하여 기운을 북돋아 주는 것처럼 주저앉은 사람에게
힘을 주고 낙심한 사람에게 용기를 주는 고마운 말이다.
훌쩍이는 사람의 어깨를 감싸 안는 말이며 차가운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거친 마음
을 부드럽게 하는 신기한 말이다.

생각날 때, 느껴질 때 한 마디면 되는데, 작은 동작 하나면 충분한데 우리는 격려하
는 것에 왜 이다지도 인색한 것일까?
나도, 너도, 우리도 이 세상에 격려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 아무도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