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2001-11-03

조회수 1582

오랜만에 거울 앞에 앉았습니다.
거울 속에서 나를 보고 있는 여자가 낯설게 느껴집니다.
아무렇게나 손으로 묶어 올렸던 긴 머리카락을 곱게 빗어 내립니다.
까칠해진 가을피부만큼이나 윤기를 잃어버린 머리카락이 내 마음 같기도 합니다.
이제는 정말 미련 없이 싹둑 잘라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짧고 단정한 헤어스타일에서 건강한 머리카락이 자랄 수 있도록…

늦가을의 아침하늘엔 폭신폭신해 보이는 뭉게구름이 하늘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저 하늘에 누우면 무척이나 포근할 것 같아 보입니다.
아파트 사잇길에는 낙엽을 쓰는 경비아저씨의 모습이 보입니다.
단풍이 되기도 전에 지쳐 스러져버린 낙엽들이 안쓰럽습니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역시 11월.
호들갑스러우리만큼 추위를 타는 나는 벌써 겨울채비를 합니다.
머리카락을 풀어 어깨를 덮고 목까지 올라오는 폴라티셔츠를 껴 입어도 추위는 쉬 가시지 않습니다.
마른 기침이 이어집니다.
겨울로 가는 길목,
가난한 이들의 겨울을 염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