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에서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2001-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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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에서 여섯 번째 늦가을을 맞이했습니다.
알록달록 불타는 산등성이를 지나 단풍으로 화려한 가로수 사잇길을 지납니다.
해마다 이 즈음, 그 길을 지날 때마다 행복했습니다.
꽃보다 아름다운 단풍과 보도 블럭 위에 수북하게 쌓여 있는 은행잎은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 같기도 했습니다.
삭막한 도시의 한복판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껏 누릴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그 길을 지나면서 생각합니다.
'내년에도 이 길을 지나갈 수 있을까? 언제 또 오늘처럼 이 길을 지날 수 있을까?'

점심시간,
식후에 그간 함께 일해온 방송사 식구들에게 따뜻한 차 한 잔이라도 대접하고 싶었습니다.
무슨 일로 쏘느냐(?)고 묻는 이들에게 믿거나 말거나 그냥 가을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사랑스럽고 고맙습니다.
이 사람은 이래서, 저 사람은 저래서 예쁘고 소중합니다.

그대를 만나겠다고 마음 먹지 않았어도 어느날 문득 우리가 만났듯 우리가 헤어지는 날도 예고 없이 그렇게 다가오겠지요?
그대를 여전히 사랑하여도.

우리에게 속하지 않은 내일,
거스릴 수 없는 삶의 물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