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2002-12-13

조회수 1776

석 주가 넘도록 글 한 줄 쓰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다.
몸보다 더 지친 건 마음,
당면한 일들을 우선 처리하는 동안 누이지 못한 마음이 앓고 있었다.
드디어 빨간 불이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배터리에 충전이 필요하다는 표시...
생각이 고일 수 있는 틈을 주지 못했던 까닭이었다.

긴 머리를 아무렇게나 쓸어 올리며 또 다시 머리를 잘라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기야 머리를 자른들 뭐가 달라질까?
바싹 말라버린 낙엽처럼 마음 또한 건조하다.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후배가 거드는 한 마디,
“무슨 일이 있어요?”
“왜?”
“그런 사람처럼 보여요, 실연한 사람처럼. 얼굴도 까칠하니~”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오랜만에 듣는 말일세. 실연이라니...그 단어, 새삼스럽구먼.”

울적함.
이별이 많은 12월,
떠남의 소식을 듣는다.
만남은 언제나 이별을 예고하며 찾아오지만 막상 이별 앞에 서면 예상하지 못한 일처럼 당황스럽다.
스치고 지나가는 그 사이 정이 들었나 보다.
정이 뭐길래...

12월만큼이나 황량한 바람이 어지러이 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