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기도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2005-11-08

조회수 1434

헤어진 친구가 문득 생각나는 것처럼 어느 날 갑자기 잊고 있었던 시의 구절들이 떠오르는 계절, 가을입니다.
오늘은 김현승 시인의 대표적인 詩, ‘가을의 기도’ 중에서 한 구절이 새삼스럽습니다.

    가을에는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내 나이 마흔 여섯,
인생을 사 계절로 나눈다면 바아흐로 가을로 접어든 것 같습니다.
풋풋함이나 불타는 열정은 없어도 이제야 비로소 나의 분량을 알 것 같고 부족하지만 사람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 하며 마음을 다루는 작업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웃을 때마다 눈가에 주름이 잡히고 안경을 쓰지 않으면 책을 읽기가 불편하고 깜빡깜빡 잊어버리는 것이 많으며 가끔은 푼수가 되기도 하지만 지금부터의 시간이야말로 인생에 있어 가장 비옥한 시간이 될 수 있으리라 여깁니다. 물론 나 자신이 어찌 가꾸는가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요.
살아온 세월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가 무엇인지 찾아 헤맸던 시간이었다면 이제부터는 그 열매를 영글게 하고 수확하는 시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인생에 있어 최고의 가치, 최선의 삶이 무엇인지 되새겨봅니다.
지금까지의 쌓아온 모든 힘과 경험을 응집하여 나의 첫사랑이며 마지막 사랑이 되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원하시는 일에 몽땅 쏟아 붓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노을로 서쪽 하늘을 곱게 물들이다가
남김없이 다 타버린 한 줌의 재가 되기를 기도하는 계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