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나는 길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2005-12-24

조회수 1430

찾아야 할 자료가 있어 구글 검색을 하다가 문득 내 이름을 검색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내가 아닌 두 사람, 번역 일을 하는 듯한 한 사람과 구연동화를 하며 인형을 만드는 또 한 사람이 나와 같은 이름을 쓰고 있다는 것과 내 글들이 여러 사람들의 카페나 블로그에 옮겨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제법 몇 해가 된 모양입니다.

서른아홉 무렵, 일기나 편지가 아닌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는 공간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글이라기보다는 주절거림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겠지만 어쨌든 그것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나의 내면을 보여주고 나의 생각이나 표현이 평가된다고 생각했을 때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그래서 나에게 물었습니다.
내가 왜 글을 쓰려고 하는지...
그리고 대답했습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다른 사람에게 읽혀지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나 자신을 위한, 나를  성찰하는 도구라고, 그러니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덕분에 눈물고개라는 마흔 고개를 가뿐하게 넘을 수 있었고 생각하는 40대를 보내고 있습니다.

처음 ‘꿈꾸는 바다’를 열었을 때, 홈페이지를 만들어준 친구가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글이 올라오면 부지런히 리플도 달고 다른 홈페이지에 찾아가서 나를 알리는 적극성이 필요하다고. 그런데 나는 아직도 그것을 잘 못합니다.
아니, 실은 그리 해야 할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물론 더 많은 사람들이 나와 생각을 같이 한다면 감사한 일이겠지만 나에게 있어 글을 쓴다는 것은 허물을 벗는 작업이며 나를 찾아가는 여정인 까닭입니다. 그래서 굳이 다수가 아니더라도 생각을 같이 하는 벗들이 있으니 행복할 따름입니다.

글을 쓰는 가장 큰 유익은 무엇보다 나의 내면이 정돈되어져 간다는 것입니다.
생각이 정리가 되고 내가 가야 할 방향이 분명해집니다.
말보다 정직한 글이라는 도구를 가까이 하는 동안 솔직해지고 있는 나를 만나게 되는 것도 즐거움이거니와 사소한 것이라도 소홀히 여기지 않고 세밀하게 살피며 반응하는 것을 배울 수 있게 되어 좋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기쁨이 큽니다.
망아지처럼 뛰던 마음이 차분해지고 안정감을 누리게 됩니다.
그러고 보면 내게 있어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속의 나를 만나는 길이었습니다.

가끔 그간의 글들을 묶어보라는 권유를 듣습니다.
그러나 나는 압니다.
그러기엔 아직 멀었다는 것을,
언제일지는 알 수 없으나, 과연 그런 날이 올지 알 수 없으나
그것은 설익은 내 속의 것들이 곰삭을 때 생각해 볼 이야기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