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2006-08-15

조회수 952

먼 곳에 사는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세월’이란 단어가 우리 이야기의 주제가 되었습니다. 

지난 해, 대학 4학년이었던 조카아이를 보면서 생각했더랍니다. 
언니 마음은 아직도 대학 4학년 그때 그대로인데 이제 언니는 그보다 두 배를 훨씬 넘긴 나이가 되었노라고. 
그리고 22살인 내 아이를 봅니다. 
나에게도 22살이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대학 4학년이었던 그 시절이. 
그때 나는 어떤 생각을 했고 무엇을 사랑했으며 어떤 꿈을 꾸었는지 돌이켜 봅니다. 

그때의 선택이 지금의 내 모습이 되게 했지만 
만약 가지 않은 그 길을 갔더라면 오늘날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요? 

강물처럼 흐르는 세월이야 막을 수 없겠지만 
강줄기의 흐름을 선택하는 것은 내 몫이라는 생각에 이릅니다. 
오늘의 선택이 10년 후, 20년 후의 나의 삶을 결정하게 될 테니 말입니다. 


              세 월  

                                      - 류시화 



  강물이 우는 소리를 
  나는 들었네 
  저물녘 강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홀로 앉아 있을 때 
  강물이 소리내어 우는 소리를 
  나는 들었네 

  그대를 만나 내 몸을 바치면서 
  나는 강물보다 더 크게 울었네 
  강물은 저를 바다에 잃어 버리는 슬픔에 울고 
  나는 그대를 잃어 버리는 슬픔에 울었네 

  강물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먼저 가보았네 
  저물녘 강이 바다와 만나는 그 서러운 울음을 나는 보았네 
  배들도 눈물 어린 등불을 켜고 
  차마 갈대숲을 빠르게 떠나지 못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