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날씨*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2006-09-17

조회수 997

휴대폰이 울렸습니다. 
그 님, 언제 만나도 반가운 그 님이었습니다. 
창원의 날씨는 어떤지 물었습니다. 
“아~네, 좋은 날씨예요. 부산서 출발할 때는 꾸물꾸물 흐리더니 이제 개였네요.” 

그리고 며칠 후, 
약속한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을 때 그 님에게서 확인 전화가 왔습니다. 
“오늘은 좋은 날씨인가요? 비가 내려 움직이기가 번거롭지요?” 
“하하하~! 오늘 같은 날씨는 분위기가 있어서 또 좋은 날씨 아닌가요?” 

그 님과의 짧은 통화가 끝났을 때 ‘좋은 날씨’라는 단어가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날씨란 어차피 내 의사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 날씨를 어떻게 받아들이기로 작정하는가에 따라 좋은 날씨가 될 수도 있고 나쁜 날씨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맑은 날씨는 콧노래를 부르게 하니 좋고 흐린 날씨는 차분하게 하니 좋고 비가 오는 날씨는 깊이 생각하기에 좋은 날씨라고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좋은 날씨’를 결정하는 것은 기후조건이 아니라 내 마음에 있었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의 날씨를 해석하는 것도 마찬가지겠지요? 

지금 창 밖에는 세찬 바람을 동반한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태풍 ‘산산’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날씨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답을 찾다가 결론을 내립니다. 
기도해야 하는 날씨, 기도하기에 좋은 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