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2006-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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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교회는 지난 4월, 매립지인 명지에 아름다운 예배당을 건축하여 이사를 왔습니다. 
아직은 주거단지가 조성되지 않은 자연의 한복판에 우뚝 세워져 있어 낙동강의 강줄기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고 노을이 지는 풍경도 아름답고 풀벌레 소리도 좋고 간간이 억새도 볼 수 있어 낭만과 운치가 있습니다. 
늘 시간에 맞춰 바쁘게 왔다 갔다 하다가 오늘은 저녁예배가 시작되기까지 1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 교회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러잖아도 통행량이 많지 않은데다 주일이어서 그런지 길은 더욱 한적했습니다. 
길에서 만난 바람에서 가을 내음이 느껴져 좋았습니다. 

일단 길을 나서기만 하면 이렇게 새로운 길이 기다리고 있는데 지금까지 나는 세상에는 늘 다니던 그 길만 있는 것처럼 살아왔습니다. 
사람들이 정해준 길, 주위 사람들이 너는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길이 내가 가야하는 길의 전부인 줄만 알았습니다. 
그 말이 정말 그런지 아닌지, 그 말이 누구를 위한 말인지 깊이 생각해 보지 않고 말입니다. 

나는 길치입니다. 
방향감각도 없고 왔던 길을 여러 번 와도 길을 잘 못 찾습니다. 
집에서 조금이라도 멀리 벗어날라치면 겁부터 냅니다. 
내 마음은 늘 집에 있었고 항상 우리 집이 보이는 곳 언저리만 맴돌았습니다. 
그래서 남편이 없으면 한 발자국도 못 움직이는 사람처럼 살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혼자 운전해서 그 복잡한 서면도 다녀왔고 부산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인 해운대도 다녀왔습니다. 
남편이 출장중이니 어쩔 수 없이 혼자 해결해야 상황이어서 가슴이 많이 콩당거렸지만 
어제는 이런 내가 대견해서 스스로 잘했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이런 내가 마음에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