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이야기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2007-11-09

조회수 1212

요즘은 장거리 운전을 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한 주간에 두 세 번씩 고속도로를 지나고 국도로 연결된 길을 따라 
고개를 넘고 들판을 지나고 다시 고개를 지나고 논길를 지나면 들판 한 가운데 있는 목적지에 이릅니다. 

길을 달리면서 고속도로는 그저 고속도로고 국도는 다 같은 국도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차량이 밀리는 바람에 속도를 늦추고 국도를 지나다가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길마다 나무의 키가 다르고 모양도 색깔도 다르고 저마다의 표정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집에서 그 곳까지 소요시간을 재서 빠듯하게 다녔던 터라 
운전하는 동안 내 관심은 오직 정해진 시간 안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길을 실필 겨를도 없었고 즐기지도 못했나 봅니다. 

내 인생의 지나온 길, 
그 길 그 모퉁이에 빛깔 고운 은행나무가 있었는데, 
그 길 옆 호숫가에서 시 한 편 읽고 싶었는데, 
그 잔디밭에서 편히 누워 파란 하늘을 바라보고 싶었는데,  
운치 있는 그 오솔길을 걸어보고 싶었는데 
나는 왜, 무엇에 늘 그렇게 쫓겨 살아왔을까요? 
인생의 가치가 목표지점에 도달하는 것만은 아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