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무렵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2007-11-18

조회수 1224

저녁 5시 30분 무렵, 
벌써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거리를 더듬거리며 운전하는 것도 마음에 부대끼거니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시간대에 볼 수 있었던 바깥 풍경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장거리 운전에서 느낄 수 있었던 한 자락 위안마저 사라진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해가 부쩍 짧아졌습니다. 
겨울이 오고 있나 봅니다. 
며칠 전 이맘 때, 그녀가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해가 길어질 날이 얼마남지 않았네요." 

나는 지금부터 한 달 가량의 
일 년 중 가장 어두운 날들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벌써 그 어둠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바람이 제법 차갑습니다. 
겨울이 성큼 다가온 듯합니다. 
추위에 약한 나는 
버버리 코트에 머플러를 두르고도 
자꾸 어깨를 움츠렸습니다. 

그러나 찬바람 부는 거리를 지나오면서 
봄을 생각했습니다. 
따스한 봄볕과 화사한 꽃 잔치를 기억해낸다고 해서 
겨울이 춥지 않을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추위를 더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때로 어깨가 시리고 손발이 꽁꽁 언다 하더라도 
이러한 날씨가 영원히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곧 지나갈 테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