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보다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2008-11-04

조회수 1048

삶에 어떠한 일이 일어났을 때 나는 그 상황을 해석하려 애를 썼습니다. 
그런데 상담심리를 공부하면서 점차 관심의 축을 나에게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상황이나 타인이 아닌 나를 보게 된 것이지요. 

한 걸음 물러서 
사람이나 사건에 대해 내가 왜 그렇게 반응하고 있는지, 
어떨 때 끌리는지, 또는 마음을 닫는지, 
내 감정이 말하고 있는 바는 무엇인지, 
그리고 다른 이에게 허용해야 할 내 삶의 경계선은 어디까지가 되어야 할 지 
생각합니다, 

드라마치료(비블리오드라마)를 배우면서 
감정에 대한 새로운 자각을 하고 있습니다. 
절제된 감정을 미덕으로 여기는 문화속에서 살아오면서 
나 역시 감정이 하는 말을 모른 체 하거나 통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중요한 건 사실과 의지이며 감정이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것, 
이성이나 지성에 비해 가벼운 것이라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실은 누구보다 섬세한 감성의 결을 가지고 있으니 
때로 마음이 그렇게 부대꼈나 봅니다. 

하지만 이즈음, 
치유를 위해서 감정의 영역은 매우 중요한 것임을 깨닫습니다. 
지난 기억의 페이지에서 상처를 받았거나 따스함을 느낀 것은 지성이나 의지가 아닌 감정이며 
따라서 상한 마음이 회복되는데는 감정의 표현이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 여겨집니다. 

기쁨과 슬픔, 유쾌함과 우울함, 애증, 감사와 서운함, 만족함과 아쉬움, 애틋함과 분노가 내 안에서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 살핍니다. 

감정을 잘 표현하며 살아온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홍수가 나지 않도록 댐의 수문을 열어놓듯 
감정의 봇물이 터지지 않도록 날마다 솔직하고 적절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하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보다 자유로운 나를 위해 
성숙으로 나아가는 
가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