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만남은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2008-11-09

조회수 1137

미용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한 사람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화들짝 놀라며 반가워하는 그녀는 서른 무렵 제자훈련을 받으며 처음으로 다락방 순장(우리교회 구역모임)을 할 때 만났던 자매였습니다. 
찾아가도, 엽서를 보내도 맘 문을 열어주지 않아 애태웠는데 이제는 누군가를 섬기고 돌보는 어엿한 순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사를 가는 바람에 차분히 이야기를 못 나눈 지 벌써 10년, 
호들갑스럽지 않은 그녀가 내 손을 잡으며 말합니다. 
“순장님, 우리가 언제 만났었죠? 이렇게 오랜만에 만났는데 마치 어제 만난 것 같아요.” 

그녀를 누르는 삶의 환경은 그다지 변하지 않은 것 같은데 사람에 대한 이해와 내면의 깊이는 비교할 수 없이 너그럽고 넉넉했습니다. 
20대 후반의 팽팽한 모습 대신 40중반다운 모습이었지만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평범한 아낙으로, 세 자녀의 어머니로 살고 있는 그녀가 사랑스러웠습니다. 

간혹 어떤 이는 살다가 어느 모퉁이에서 마주칠 때 ‘무엇이 되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나는 무엇이 되는 것보다 어떤 내면을 가진 사람으로 만날 지 그게 더 기대가 됩니다. 

그대와 나,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어느 순간 아름다운 사람으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제보다 더 넓고 깊은 모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