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림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2008-11-09
조회수 1141
지난 한 주간은 내가 공부하고 있는 대학교의 가을축제 기간이었습니다.
저녁 무렵 단풍이 한창인 캠퍼스에 들어서니 그날따라 가수들의 공연이 있는지 운동장에는음악 소리로 가득하고 곳곳에서 먹거리를 파는 학생들의 모습이 흥겨워 보였습니다.
대학원생들은 공부를 하겠다고 강의실에 앉았지만 덩달아 마음이 들떠 책을 펴고 공부할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그 날은 놀이치료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20대 중반인 우리 과의 막내는 수업을 들으면서도 마음은 영 콩밭에 있는 듯했습니다.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보고 싶다’의 주인공이라는 김모씨가 창 밖에 와 있는데 공부가 될 리 없었던 게지요.
강의가 끝난 10시 즈음에도 여전한 운동장의 열기와 간간히 터지는 푹죽소리과 함성소리에
나 역시 그들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부산으로 돌아와야 하는 시간적인 형편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아쉬움 가득한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누림’에 대해 생각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26년 만에 다시 찾은 캠퍼스, 대학에 다니는 내 아들들과 같은 코드로 이야기하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특혜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늘 시간과 일에 쫓기면서 허둥대고 헉헉대다 보니 벌써 4학기째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해내야 할 공부와 이뤄내야 할 목표만 바라보면서 늘 고단해하고 힘들어 했습니다.
‘누림’을 다른 그 무엇과 바꾸고 있었습니다.
‘하늘의 뜻을 안다’는 나이를 눈앞에 둔 이 즈음, 나의 삶을 돌아봅니다.
‘누림’보다는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고자 애써왔던 시간이었습니다.
오랜 세월 이 사람, 저 사람, 그 사람의 누구로서 그들이 바라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보다 우선순위였고 행여 그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할 때면 제 속을 갉으며 자책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얼마나 남아 있을 지 알 수 없는 나의 남은 시간을 누리며 살기로 합니다.
더 이상 역할이 요구하는 내가 아닌, 내가 바라는 나로 살겠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절, 이 가을에
단풍 속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저녁 무렵 단풍이 한창인 캠퍼스에 들어서니 그날따라 가수들의 공연이 있는지 운동장에는음악 소리로 가득하고 곳곳에서 먹거리를 파는 학생들의 모습이 흥겨워 보였습니다.
대학원생들은 공부를 하겠다고 강의실에 앉았지만 덩달아 마음이 들떠 책을 펴고 공부할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그 날은 놀이치료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20대 중반인 우리 과의 막내는 수업을 들으면서도 마음은 영 콩밭에 있는 듯했습니다.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보고 싶다’의 주인공이라는 김모씨가 창 밖에 와 있는데 공부가 될 리 없었던 게지요.
강의가 끝난 10시 즈음에도 여전한 운동장의 열기와 간간히 터지는 푹죽소리과 함성소리에
나 역시 그들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부산으로 돌아와야 하는 시간적인 형편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아쉬움 가득한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누림’에 대해 생각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26년 만에 다시 찾은 캠퍼스, 대학에 다니는 내 아들들과 같은 코드로 이야기하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특혜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늘 시간과 일에 쫓기면서 허둥대고 헉헉대다 보니 벌써 4학기째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해내야 할 공부와 이뤄내야 할 목표만 바라보면서 늘 고단해하고 힘들어 했습니다.
‘누림’을 다른 그 무엇과 바꾸고 있었습니다.
‘하늘의 뜻을 안다’는 나이를 눈앞에 둔 이 즈음, 나의 삶을 돌아봅니다.
‘누림’보다는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고자 애써왔던 시간이었습니다.
오랜 세월 이 사람, 저 사람, 그 사람의 누구로서 그들이 바라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보다 우선순위였고 행여 그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할 때면 제 속을 갉으며 자책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얼마나 남아 있을 지 알 수 없는 나의 남은 시간을 누리며 살기로 합니다.
더 이상 역할이 요구하는 내가 아닌, 내가 바라는 나로 살겠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절, 이 가을에
단풍 속으로 걸어 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