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편지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2008-11-17

조회수 1313

메일함을 열자 기다리고 있는 한 통의 메일, 
그녀의 편지였습니다. 
나를 ‘바보권사’라고 부르는 그녀... 

오랜 시간 함께 일하며 같은 제목을 두고 울며불며 기도하면서 사랑하게 된 그녀, 
잘난 부분은 물론이고 모자라고 약한 부분도 잘 알지만 
우리의 대화는 언제나 서로를 격려하는 말로 끝맺습니다. 
용사처럼 잘 싸우다가도 한순간 자빠져서 울며 달려오는 그녀를 보노라면 
“어째 그러냐?”고 따끔하게 혼내기도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습니다. 
내가 그녀를 정말 사랑하고 있다는 것과 
그녀를 향한 나의 말 속에 책망보다 안타까움이 묻어 있음을.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또 그랬다고 우는 그녀를 
나는 안아줄 수밖에 없고 
사랑스런 그녀에게 나는 언제나 바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너그러움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면 누군가를 품지 못하고 각을 세우는 것은 
상대방의 문제 이전에 나의 책임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에는 느낌도 필요하겠지만 사랑하기로 결정하는 나의 의지가 중요할진대 
어떤 이에게는 마음을 활짝 열면서 또 어떤 이에게는 열지 않기도 작정하는 
밴댕이 소갈머리 같은 내 마음 말입니다. 

연일 들려오는 추운 소식들과 갑자기 차가워진 날씨에 어깨를 움츠리는 11월, 
주께서 내게 보내신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주시길 기도합니다. 

너그러움과 넉넉함 나눌 수 있도록 
먼저 팍팍한 내 마음을 온유하고 따뜻하게 해 주시길 기도합니다. 
주님의 사랑으로 가득 채워주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