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2009-12-08

조회수 1326

내 나이 마흔에 시작한 ‘꿈꾸는 바다’가 벌써 10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모 출판사에서 책을 만들어 보지 않겠냐는 감사한 권유를 주시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가볍게 사양할 수 있었던 것은 
글 쓰는 이의 깊이가 그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함을 나 자신이 잘 알고 있으며, 
지금까지 내가 써 온 글들은 보이기 위한 글이기보다는 
낮은 독백에 가까운 글들이기 때문입니다. 

실타래 풀어놓은 것처럼 마음이 헝클어졌울 때 
길을 잘 알 수 없을 때, 
감정의 소용돌이가 일어날 때, 
이곳을 찾았습니다. 
멈춰서서 나에게 묻곤 했습니다. 
지금 이 생각이 과연 나다운지... 
생각이 정리되는 과정 속에서 
날뛰는 감정의 고삐를 잡기도 하고 
상황과 나를 객관적으로 보며 
수정하고 이해하고 치료하는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러고 보면 지금까지 나를 움직인 것은 생각이었고, 
생각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왔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의 중심에는 핵심가치가 있었습니다. 
그 가치가 내 삶의 방향과 할 일을 결정하게 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이후의 여정 역시 
삶의 모습을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핸드밀에 원두 알갱이를 넣고 손잡이를 돌립니다. 
커피가 갈릴 때 전해져 오는 껄끄러운 느낌과 
갓 갈아진 한 잔의 커피가 유쾌하게 합니다. 
마시기 전에 이미 기분 좋은 커피 향이 방안 가득합니다. 

방금 내린 커피 한 잔 들고 
꿈꾸는 바다로 들어옵니다. 
갖추어 입은 정장의 부담스러움과 불편함을 벗고 
평상복의 편안함으로 나를 만납니다. 
그리고 
그대를 만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