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고마워요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2010-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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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날에는 집에서 약밥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몇 해 전 만들었던 기억을 더듬어 찹쌀을 불려 건지고 설탕과 꿀과 약간의 소금, 간장과 참기름을 넣고 밤과 대추를 은근한 불에 살짝 졸인 후 잣, 건포도, 해바라기씨, 호박씨를 섞어 버무려 쪄낸 약밥, 
내년에는 아이들이 군대에 가 있을 테니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때 
엄마가 한 음식을 더 잘 먹이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주방에서 지지고 볶는 사이 오랜만에 종일 거실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고 
있던 남편이 책의 내용을 이야기해 줍니다. 
“사람이 죽을 때 후회하게 되는 25가지가 있는데 그 첫 번째가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은 거래... 여보, 고마워요.” 

아내는 배시시 웃으며 생각합니다. 
‘이 쉬운 말을 하지 않아 죽을 때 후회를 할까?’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당연해서 하지 않고 겸연쩍어 하지 않고 상대방이 알겠거니 싶어 하지 않고 
말하지 않는 게 습관이 되어 표현하지 않았던 순간이 얼마나 많았던가요? 

아침에 일어나니 문자 한 통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아마도 단체 문자인 듯한 그러나 보낸 이의 평소 성품이 그대로 담겨 있는 그 문자, 
  “좋은 설날 되세요. 함께 있어 참 고마워요.” 
가슴이 따뜻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