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만으로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2010-02-25

조회수 874

    이야기 하나 


매주 목요일은 부산성시화를 위한 평신도 핵심그룹의 중보기도모임이 있는 날입니다. 
기도의 다락방에 들어서자 여전도회 회장이신 S권사님이 주황색 작은 비밀봉지를 살째기 밀어놓습니다. 
오전에 김치를 담그다가 내 생각이 났다면서요. 

그런데 그것은 김치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사랑! 

나는 드러나는 곳에서 박수를 받으며 내 몫의 상을 다 받았는데 
보이지 않은 곳에서 온몸으로 더 많이 애쓰고 더 고단하면서도 
볼 때마다 수고한다며 어린 나를 따라주시고 세워주시는 언니 권사님의 격려였습니다. 



    이야기 둘 


비가 오는 목요일, 
봄을 재촉하는 겨울비 치고는 제법 많은 비가 주룩주룩 내렸습니다. 

기도회를 마치고 돌아오다 시어머님의 추도예배를 위해 도매시장에 큰 장을 보러 갔습니다. 
집 근처 슈퍼마켓에서는 살 수 없는 국산 도라지며, 말린 피 문어 등등을 
사서 나오다 한 블럭 뒤에 있는 화훼단지에 들렀습니다. 
이미 한창인 봄꽃들 중에서 
눈이 마주친 화분 세 개를 담았습니다. 
  
햇빛이 필요한 녀석, 
햇빛이 없어도 잘 자라는 녀석, 
선선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녀석, 
따뜻해야 하는 녀석을 구분하여 배치를 했습니다. 

베란다 창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물 때문일까요? 
쉬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그 분위기에 빠져듭니다. 
한참을 서서 유심히 꽃을 들여다봅니다. 
피어있는 꽃도 예쁘지만 새로 올라오고 있는 어린 꽃대가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습니다. 


굳이 무엇을 해 주지 않아도 
그저 그 자리에 함께 있다는 것, 
존재만으로 기쁨이 되는 이들과 사물들로 인한 이 온기를 
행복이라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