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2010-05-03

조회수 879

가만히 서 있어도 날아갈 듯 바람이 세차게 불던 날, 
휴대폰이 울렸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 어디쯤을 지나다가 차를 세우고 전화를 받았습니다. 
"와~! 서울엔 비가 무지 와요. 바람도 굉장하네요. 거긴 어떠세요?" 
그녀의 정겨운 목소리에 한참 수다를 떨었습니다. 

사모기도회가 있는 금요일, 
기도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녘 어디쯤에서 문자가 들어왔습니다. 
"권사님, 날씨가 참 좋아요, 오랜만에요. 하나님 솜씨 참 묘하죠?" 
선한 모습의 그 님을 닮은 문자에 빙그레 웃습니다. 

살아갈수록 만남 또한 가슴과 가슴의 만남이 아닌 
일과 이해관계로 이루어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는, 
단지 목적만 있는. 

그래서일까요? 
간간히 찾아오는 용건이 없는 전화, 그냥 안부를 묻는 문자는 
푸석푸석하고 건조한 관계로 엮인 우리네 일상에서 
가슴에 내리는 한 줄기 햇살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