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2010-05-18

조회수 797

저녁 무렵, 식탁을 준비하다 창으로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입니다. 
아, 뒷산 뻐꾸기 울음소리... 
뻐꾸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 평화로움이 좋습니다. 

암으로 투병 중인 그 님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한참을 맹렬하고 의욕적으로 귀하게 일해 온 님이었는데 
끊어진 발자국처럼 최근의 흔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숨 돌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가던 어느 겨울, 
몇 해만에 부산에 큰 눈이 왔던 그 해, 
어머니가 눈길에 미끄러져 입원을 하고 수술을 받으시게 되자 
늘 시간에 쫓기던 내 삶이 순식간에 정리되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하고 긴급한 우선순위를 분명하게 정하고 나니 
넘쳐나던 스케줄을 어렵지 않게 잘라낼 수 있었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뻐꾸기 소리를 들으며 생각합니다. 
너무 바쁘다는 건 자신의 삶을 자신이 통제할 수 없을 만큼 
과한 욕심을 부리고 있는 건 아닌가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