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게 듣다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2010-05-18

조회수 795

비 내리는 오후, 
따뜻한 커피 한 잔 들고 창가에 서서 산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소리와 어우러진 빗소리는 산풍경의 배경음악 같습니다. 
눈높이와 비슷해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 산자락에는 5월의 신록이 무성합니다. 

오늘 산 식구들은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요? 
사람들은 철마다 옷을 갈아입는 산이 마냥 아름답다지만 나무들에게는 사람들이 모르는 그들만의 이야기, 바람의 이야기, 그들만의 사연이 있을 것입니다. 

어제는 오랜만에 그 님과 제법 긴 통화를 했습니다. 
일이 있어 전화를 했더니 그 님은 때마침(?) 사람들에게 내놓을 수 없는 슬픔과 답답함을 가지고 바다를 찾았던 터였습니다. 
해지고 어두운 바닷가에 홀로 앉았을 그 님이 안쓰러웠습니다.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그 님이지만 삶의 현장은 처절한 전쟁터였습니다. 

많은 이들이 타인과 비교해서 무엇을 더 많이 가졌거나 가지지 못한 것을 행복과 불행의 기준으로 삼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러나 누구라서 100% 완벽하게 다 가졌겠으며, 누구라서 하나도 가지지 못했을까요? 
여섯을 가진 사람은 다섯을 가진 사람보다 행복하고, 일곱을 가진 사람보다 하나가 모자라 불행한 것일까요? 

바라보는 산은 평온한 풍경이지만 그 속에는 이 순간에도 나무와 벌레와 새와 미생물들이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몸부림치고 있을 것입니다. 
물 위에 떠 있는 백조의 우아함, 보이는 그 모습이 백조의 전부가 아니라고 하지요? 물 아래서 노를 젓듯 계속되는 발의 움직임까지 헤아리지 못한다면 백조를 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대궐 같은 집이라도 대문을 열고 안마당에 들어서면 그 집에도 풀어야 할 이야기가 있음을 보게 됩니다. 
어떤 부분에 모자람이 있을지라도 모자란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있는 것에 감사하며 그 모자람을 추슬러간다면 언젠가는 그것이 채워지고 날카롭고 각진 부분들이 원만하고 편안한 모습으로 다듬어져 가리라 믿습니다. 
그러나 계속해서 모자람에만 마음을 두고 불평하며 원망하고 누군가를 탓한다면 그 자리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한 발자국 물러나 편안한 눈으로 산을 바라보듯 때로 자신의 삶도, 풀어야 할 일들도 그렇게 보고 대하는 지혜가 필요하리라 생각해 보는 비요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