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하게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2010-05-21

조회수 853

    아직 산벚나무 꽃은 피지 않았지만 
    개울물 흐르는 소리 들으며 
    가지마다 살갗에 화색이 도는 게 보인다 
    나무는 희망에 대하여 과장하지 않았지만 
    절망을 만나서도 작아지지 않았다 
    묵묵히 그것들의 한복판을 지나왔을 뿐이다 
    겨울에 대하여 
    또는 봄이 오는 소리에 대하여 
    호들갑 떨지 않았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경박해지지 않고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요란하지도 않았다 
    묵묵히 묵묵히 걸어갈 줄 알았다 
    절망을 하찮게 여기지 않았듯 
    희망도 무서워할 줄 알면서 

도종환 님의 詩, ‘산벚나무’를 읽다가 한 단어를 떠올립니다. 
오십을 넘어서면서 이전에 사용하지 않았던 그 단어를 
자주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담담하게. 
사전의 뜻풀이를 찾아봅니다. 

  담담하다: [형용사] 
                1 차분하고 평온하다. 
                2 사사롭지 않고 객관적이다. 
                3 물의 흐름 따위가 그윽하고 평온하다. 


다시 해석하는 ‘담담하게’의 의미. 
호들갑스럽지 않고 
경박하지 않고 
요란하지 않고 
묵묵히 겸손하게 
살아가는 삶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