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색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2010-05-24

조회수 794

세찬 비바람이 지나간 아침, 
산색이 더욱 선명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멀리서 보던 산은 녹색이었는데 
지척에서 바라보는 산은 녹색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습니다. 
진녹색, 연녹색, 진초록, 연초록, 연두, 보까 같은 여러 색깔들이 어우러져 
산 색깔을 이루고 있습니다. 

산은 다른 색깔들이 서로 연합을 이루어 아름다운 공동의 색깔, 산색을 표현하고 있건만 사람들의 세상은 도무지 그게 어렵습니다. 
같은 뜻을 가지고 모였다 할지라도 자신의 생각만 주장하며 차이점을 발견하면 죽어라 미워하고 자신보다 조금 두드러진다 싶으면 가차 없이 끌어내리고 밟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됩니다. 

한국인의 특성을 '개펄의 게와 같다'고 한 말을 기억합니다. 
게 한 마리를 잡으면 기어 나오지 못하도록 뚜껑을 잘 닫아야 하는데 두 마리 이상을 잡으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한 녀석이 올라가면 나머지 녀석이 필사적으로 올라가는 녀석을 주저앉히고 그 위를 타고 올라가며 엎치락뒤치락 하기 때문이라지요? 
그런데 한국인만 그럴까요? 
사람 사는 동네는 어디를 가나 큰 차이는 없을 듯합니다. 

더러 산(?)으로 가고 싶지만 
넘어지고 자빠지고 부대끼면서 조율을 배우고 익히고 더불어 살아야 하는 이유, 
우리는 세상 속으로 보냄을 받은 자들이기에... 

산에서 내려온 바람 한 자락이 가슴을 쓸어주는 
가을 같은 봄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