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있습니다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2010-06-07

조회수 860

'엄마가 보고 있다!' 
엄마들의 치맛바람이 한창이었던 때,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던 고3의 급훈들 중 재미있는 급훈으로 뽑힌 것 중 하나입니다. 

우리 가정의 두 아이가 이제 청년이 되었습니다. 
자주 얼굴을 보진 못하지만 간간히 전화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사내 녀석들이라 시시콜콜히 말하지는 않지만 보고 듣고 느끼는 생각들을 나누고, 
아빠와 엄마에 대한 생각과 사랑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때로 나보다 훨씬 정확하게 읽고 있음에 내심 놀랍니다. 

나만 아이들을 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이들이 엄마인 나를, 부모인 우리를 보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어떤 가치관으로 살아가는지,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는지, 실제로 어떤 선택을 하는지 보고 있습니다. 
내가 삶의 모퉁이마다 내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리며 걸음을 옮겨온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학습되어지고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K대 패륜녀 사건이 보도되면서 “요즘 젊은이들이 왜 그러냐?”고 합니다. 
하지만 실은 새삼스럽거나 특별한 일이 아님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은 손오공처럼 돌 틈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말보다 더 힘 있는 무언의 삶이 우리 아이들에게, 다음세대에게 전수되고 있다는 것,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