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목소리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2010-07-03

조회수 847

늦은 여섯 시 무렵, 
그 남자를 마중 나갑니다. 

몇 해 전 운전을 하며 어쩌다 듣기 시작한 프로그램, 
‘세상의 모든 음악’.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도록 골라내는 선곡의 능력도 탁월하거니와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고,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거칠지도 않고 너무 부드럽지도 않은 
그 남자의 담백한 음성이 편안합니다. 

방송을 듣고 있노라면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매만지듯 정서의 결을 가다듬는 느낌이 듭니다. 
차를 탈 때 간간이 듣지만 그래도 제법 오래 함께 한 애청자임에도 
나는 그 남자가 굳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모습인지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라디오의 매력인 여운과 상상의 세계를 남겨 놓고 싶은 게지요. 

검색창에 단어 하나만 치면 원하는 정보 대부분을 즉각적으로 얻을 수 있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보다 똑똑해졌고 보다 많은 정보를 보다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게 되었지만 
가슴은 점점 팍팍해지고 메말라갑니다. 
이러다 상상과 낭만이란 단어는 고물상에서나 찾아야 하는 날이 오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네 삶에서 더러는 모자란 듯이 그냥 남겨 두는 것, 
그것도 괜찮은 일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