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2010-08-03

조회수 842

더위에 입맛이 없을 남편을 위해 간단한 별식을 준비했습니다. 
냉장고 야채실에 있던 상치, 오이, 양배추, 당근, 쑥갓 등 각종 야채 총 출동! 
삶은 계란과 맛살, 키위도 같은 크기로 채 썰어 큰 접시에 가지런하게 돌려 담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인 생 쫄면을 끓는 물에 후딱 삶고, 흐르는 물에 비벼가며 씻은 후 
야채 중앙에 놓습니다. 
푸짐한 야채와 면 위에 매콤새콤달콤한 양념을 끼얹고 나니 침이 꼴깍 넘어가는 모듬 야채 비빔 쫄면 완성~! 
"최고다!"라고 하며 들어주는 엄지 손가락 덕분에 아내는 음메~기가 삽니다.ㅎ~ 

식탁을 정리하고, 땅거미가 지는 뒷산에 오르기로 했습니다. 
길목의 개울엔 더위를 피해 산으로 올라온 사람들이 텐트를 치고 모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아마도 어른들 사이에 끼어 앉은 아이들에겐 훗날 좋았던 여름날의 추억으로 기억되겠지요? 
경사가 완만한 데다 길을 잘 닦아 놓아 산책길로도 괜찮은 그 길엔 전나무, 소나무, 향나무들이 코스별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둠이 깔려 마주 내려오는 이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바람소리, 물소리, 벌레소리는 더욱 선명해집니다. 
자연을 가깝게 호흡할수록 창조주 하나님의 사랑의 손길이 더 가까이 느껴집니다. 

숨이 가빠지고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합니다. 
등산을 좋아하는 남편의 실력으로는 잽싸게 산꼭대기까지 다녀오겠지만 
운동에 취미가 없는 아내를 달래가며 느릿느릿 보조를 맞춰 걷던 남편이 말합니다. 
“빠르게 산을 타는 것도 좋지만 아내와 이야기하며 산길을 걷는 것도 즐거운 일일세.” 

2010년 8월의 여름밤이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