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더디 가게 하는 법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2010-08-07

조회수 846

지천명을 맞이하면서 가장 두드러지게 느껴졌던 것은 시간의 속도감이었다. 
칙 칙 폭 폭 달리던 기차가 갑자기 꽥~~하고 달리는 것 같았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그 즈음 나는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제대로 가고 있는가?’라고 물을 여유도 없이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쫓겨 행거 맨 앞에 걸린 옷을 입고 뛰어나갔다. 
출근시간대의 밀리는 도로에서 초조하게 시계를 보며 발을 구르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되었고, 종일 사방으로 뛰다보면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다. 늦은 저녁 또는 밤, 집으로 돌아오면 가족들과 눈을 맞출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씻기가 무섭게 베개에 얼굴을 묻고 잠에 빠져 들었다. 
다른 사람은 물론 나 자신도 돌볼 수 없었다. 
물론 그렇게 달려야 하는 이유와 목적이 있었지만 내 삶의 주체인 나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선을 넘어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차처럼 뭔가에 휘둘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이 복잡하고, 생각이 복잡하고, 관계도 복잡했다. 

무엇을 위해 사는지, 어디에 서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더 늦기 전에 궤도를 수정하기로 했다. 
길을 멈추고 심플 라이프를 선택했을 때, 정신없이 달리던 기차가 차츰 속도를 늦추기 시작하더니 차창 밖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때마침 읽게 된 국제제자훈련원의 신간, 밥 버포드의 ‘하프 타임의 고수들’을 읽으며, 두어 가지로 인해 내 안에 잔잔한 감사가 있었다. 
첫째, 나의 선택과 생각에 대한 확인도장을 받은 느낌이라고 할까? 
둘째, 지금이 인생의 전반기의 모퉁이를 돌아 이제 막 후반부의 인생에 들어선 시점에 서 있다는 사실이었다.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되는 나이 말이다. 

주어진 하루하루, 순간순간의 의미를 새기고 누리며 살아가는 기쁨과 행복의 삶을 깨닫게 하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새롭게 배워가는 쉰 하나가 참 좋다. 


        하프타임: 승부는 후반전에 결정난다. 
    하프타임은 성공적인 후반부를 맞이하기 위해 인생의 방향을 재설정하는 시기다. 
    '성공한 삶'에서 '의미 있는 삶'으로, 재능과 소질과 자원을 '획득하는 삶'에서 
    '퍼내는 삶'으로, 더욱 창조적이고 더욱 화끈하고 더욱 의미 있고 더욱 도전적이고 
    더 많이 배우고 헌신하는 삶으로. 
    자, 숨을 고르며 다시 한 번 내 인생의 경기 전략을 점검해 보자.    
    바로 지금이 더 나은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할 때다! - 밥 버포드                              

    한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어요. 소명과 직업은 다르다는 것이죠. 직업은 
    돈을 받고 하는 일이고, 소명은 태어나면서 하기로 되어 있는 일입니다. 
    소명이 있는 사람은 직업이 없어져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목적과 의미를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 하워드 핸드릭스 

    그렇다면 나는 지난 30년보다 앞으로 다가올 30년 동안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겠더군요.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은 아직 다가오지 않았어요.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져 봐도 아주 좋을 거예요. '당신 생애 최고의 
    순간은 앞으로 다가올 거라 생각하는가, 이미 지났다고 생각하는가?' 
    최고의 순간이 지났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분명 인생의 마무리도 
    잘하지 못할 겁니다. 퇴보를 하면서 마무리를 잘할 수는 없으니까요. - 캔블랜차드 

                                      -[하프 타임의 고수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