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행연습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2010-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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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은 예행연습이 없었다. 
입학시험이 그랬고 결혼식과 아내 노릇, 엄마 노릇, 자식 노릇도 그랬다. 
그래서 떨고 당황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했다. 

어머니의 장례식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갔던 언니가 다시 한국에 나올 정도로 
갑자기 위중하셨던 아버지의 병세가 지난 주말부터 기적적으로 호전되기 시작했다. 
여전히 산소마스크와 링거에 의존한 상태로 정확한 의사표현이 어려우신 상황이지만 
그래도 오늘은 보름이 넘게 중환자실에서 투석을 하시던 아버지가 처음으로 바깥출입을 하셨다. 
중환자실의 더 위중한 환자들에게 혈액투석기를 양보하고 옆 동에 있는 투석실로 내려 가 
투석을 받으시게 된 것이다.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아버지의 이동식 침대를 밀고 투석실로 들어선 순간, 
처음 접하는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부산에서 투석을 가장 잘 하는 병원이라는 명성 때문이지 커다란 방 가득히 20~30명의 사람들이 줄 지어 누워 있었다. 
청년도, 중년의 여인도, 젊은 아저씨도, 연세 드신 어르신도 나이에 상관없이 투석기에 몸을 맡기고, 아니 자신의 생명을 걸고 있는 모습에 무척 놀랐다. 
한눈에 병세를 짐작할 수 있는 얼굴빛과 모습을 보며, ‘절망’이란 단어를 생각했다. 
투석이 진행되는 4시간 동안 불안해하시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소망의 본체이신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얼굴빛을 비추어주시길 기도했다. 

그들 앞에서 우리의 고민이나 염려라는 게 너무 호사스러운 엄살이라 느껴졌다. 
이것도 필요하고 저것도 가지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다투는 우리네 삶이 욕심이라 싶었다. 
마음이 가난해졌다. 
그 순간, ‘지금 나는 아직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예행연습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몸과 마음을 돌아보아야 할 지, 
삶을 어떻게 세워가야 할 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예행연습을 잘 한 사람은 본 게임에서 헛발질을 하지 않듯이 
장차 가야 할 인생의 끄트머리를 미리 보게 하시는 이 때, 
말씀하시는 의미를 정확히 알아들음으로 그 날에 후회 없기를 기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