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포도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2012-09-16

조회수 882

아침 출근길에 큰 길로 내려오는 모퉁이집 마당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포도를 보았습니다. 
어린 시절 이맘때, 우리 집 마당에서 따 먹었던 새까만 포도가 생각났습니다. 
아버지가 정성껏 가꾸신 달콤한 포도였지요. 

나의 어린 시절, 
아버지는 바쁘셨지만 언제나 사려 깊게 우리 가족을 돌보셨고 
조잘거리는 내 모든 이야기를 한 번도 귀찮아하지 않고 귀담아 들어주셨습니다. 
꼬맹이 때를 지나 사춘기를 겪고 숙녀가 되고 한 남자의 아내가 될 때까지 
아버지는 내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가장 잘 아셨습니다. 

가끔 그렇게 조잘거리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잘잘못을 따지지 않는 무조건적인 수용이 그리운 게지요. 

두 아들을 생각합니다. 
비난과 판단이 화살처럼 퍼붓는 전쟁터에서 
한 사람쯤은 언제나 편안히 기댈 언덕이 되어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오늘은 시지 않은 포도가 먹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