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을 주으며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201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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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예배가 있던 날 아침, 아파트 뜰로 나갔습니다. 
행사장 테이블 장식을 위해 낙엽을 줍고자 했지요. 

이제 막 낙하하는 낙엽이 있는가 하면 
떨어진 지 제법 시간이 지난 듯한 낙엽도 있었고 
햇볕이 잘 드는 곳의 나무에게서 떨어진 낙엽은 빛깔이 고운 반면 
음지에서 서 있던 나무의 낙엽은 빛깔이 그다지 곱지 않았습니다. 

나뭇잎의 사계를 생각합니다. 
나뭇잎은 파릇파릇한 새싹으로 봄의 도래를 알리고 
광합성 작용으로 나무의 생명을 펌프질합니다. 
그리하여 어여쁜 꽃을 피우면 
사람들의 시선은 꽃에게 향할 뿐 이파리는 관심조차 받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여름, 시원한 그늘 드리워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가을이 되면 알록달록 고운 단풍 물들이다가 
겨울이 오기 전 땅에 떨어져 겨우내 나무의 거름으로 삭혀질 준비를 합니다. 
만약 겨울에 나뭇잎이 나무에 계속 붙어 있으면 
눈이 올 때 나무가 잎사귀에 쌓이는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라네요. 

제 임무를 다하고 부는 바람에 팔랑팔랑 떨어지는 낙엽을 주우며 
내 안에 묵상이 이어졌습니다. 

인생을 4계로 나눈다면 내가 살아가고 있는 계절은 가을, 
가을 중에도 벌써 중간지점 어디쯤... 
머지않아 나도 겨울을 맞이하게 될 텐데 
주님께서 “너의 삶은 여기까지다”라고 말씀하실 때, 
나는 어떤 모습으로 그 순간을 맞이해야 할까요? 
단순하게, 정결하게, 겸손하게 
내 삶을 불태워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분의 나라 위해 일하다가 
주께서 오라 하시면 기쁨으로 내 영혼의 본향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이 땅의 수고를 그치는 날, 
영원한 첫 사랑이신 주님 품에 안기는 그 순간이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이 될 것입니다. 

‘주님, 
저의 남은 날이 그 날을 준비하는 시간 되게 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