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불을 끄면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2013-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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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앞 풍경은 정겹습니다. 
바다를 가릴 만큼 높이 올라선 해운대의 빌딩 숲에서 녹색 산자락을 대할 수 있음은 특혜를 누리는 것 같습니다. 
창가를 서성이며 창 밖 풍경을 내다보는 것은 나의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아직은 갈색의 겨울 느낌이지만 머지않아 봄빛 가득해지면 산색이 얼마나 멋질 지 기대가 큽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온 늦은 밤, 
캄캄한 창 밖 풍경을 볼 수 없어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다가 잊고 있었던 한 가지 원리가 생각났습니다. 
내가 불을 끄면 어둠 속의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일어나 거실의 등을 모두 끄자 어둠 속에 숨어 있던 창 밖 세상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산 끝자락의 능선이 보이고 나무가 보이고 숲의 느낌이 살아났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사귐을 생각합니다. 
내 안의 불을 끄듯 나를 드러내고 싶어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나를 주장하기를 그치면 
마주 앉은 이의 진솔한 마음이 느껴지지 않을까요? 
보이지 않던 마음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마음의 소리가 들리고 
그럴 수밖에 없는 그 사람이 이해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