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2013-07-21

조회수 816

서해안에 간 적이 없는 나는 일몰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달, 남편과 함께 나흘간의 짧은 일정으로 코나를 찾았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앉았을 때, 
난생 처음 보는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탄사.. 

한낮의 해는 세상을 환하게 비추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지만 
그렇게 신비롭고 멋진 광경을 연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역할을 다 마치고 꼴깍 바다 속으로 떨어지려 할 즈음 온 세상을 곱게 물들인 저녁노을은 내 마음을 온통 앗아가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나를 놀라게 한 또 한 가지는 해가 지는 속도였습니다. 
경이로웠던 그 아름다움이 순식간에 내 눈 앞에서 사라졌을 때, 
얼마나 아쉽고 허전했는지... 

어둠이 내리는 언덕에서 인생을 생각했습니다. 
우리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패기와 열정과 최고의 능력을 자랑하는 젊음의 때가 아니라 
인생의 온갖 풍랑 다 겪어내고 깊은 지혜와 사랑을 온몸으로 체득한 황혼의 때라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순간 사라지는 노을처럼 장차 맞이하게 될 인생의 일몰 또한 그러하겠지요? 

다행입니다, 
아직 오지 않은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기다릴 수 있어서. 
마음을 가다듬어 준비하겠습니다, 
욕심의 검은 구름이 내 인생의 그 순간을 가리지 못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