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그리고 이별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2014-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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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쯤 미국 사는 언니 가정을 방문했을 때, 잠시 들른 백화점에서 30불짜리 봄가을용 코트 한 벌을 샀습니다. 
생각 없이 지나치다가 90% 세일 표지판 맨 앞에 걸려 있는 그 옷이 눈에 띄어 입어보니 딱 내 옷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수년 동안 그 옷은 줄기차게 나와 함께 여러 곳을 함께 다녔고 많은 기억을 공유했습니다. 
특별한 순간의 사진을 찍고 보면 또 그 옷을 입고 있었지요. 
작정하고 골라도 다시 사기 힘들 만큼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그런데 비가 쏟아졌던 지난 5월 25일, 
해운대 백사장에서 가졌던 ‘525회개의 날’ 기도회에 참석하면서 혹 추울 지도 몰라 
쇼핑백 속에 코트를 넣었는데 옷을 덧입을 겨를이 없어 빗물에 젖은 채로 너댓시간을 
두었더니 쇼핑백 물감이 코트에 번지고 말았습니다. 

여기저기에 퍼런 물이 들어 손을 쓸 수 없게 된 코트를 보며 애석해하는 나를 보며 남편이 말했습니다. 
“가볍게 샀는데 오래 입었으니 이제 미련 없이 보내라”고. 

우연히 만나서 오랜 친구가 되었던 그 코트는 
내게 왔던 날처럼 그렇게 떠나갔습니다, 
한 마디 예고도 없이. 

쉰다섯, 
옷만 그런 것이 아님을 배워가는 나이를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