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예찬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2017-02-01
조회수 609
추위에 약한 나는 겨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나에게 있어 겨울이란 찬란한 봄을 맞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견디고 지나가야 하는 계절 정도의 의미였지요.
그런데 최근 들어 그 겨울이 다르게 해석되어지고 있습니다.
가끔 들르는 지인의 시골집을 찾았습니다.
봄날부터 가을까지 뽑고 뽑아도 그침 없이 맹렬한 기세를 드높이던 잡초가 사라진 마당에서 황량함이 아닌 안식과 평화가 느껴졌습니다.
게으른 고양이처럼 담벼락 옆에 의자를 놓고 앉아 따뜻한 햇살 한 자락 받으며 차 한 잔 나누는데 비로소 쉼이 누려졌습니다.
겨울 산길을 걸었습니다.
울창한 가지나 화려한 꽃으로 포장하거나 장식하지 않은 나무의 맨얼굴을 만납니다.
추위를 이겨내며 산을 지켜온 겨울나무가 더 이상 앙상함이 아닌 의연함과 당당함으로 다가옵니다.
봄, 여름, 가을에는 보이지 않던 숲 안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겨울 산에서만 가능합니다.
마흔에는 마흔 정도의 세상이 보였습니다.
쉰에는 쉰의 세상이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쉰여덟이 되고 보니 쉰일곱에는 보이지 않았던 경이로운 세상이 보입니다.
인생에는 아직도 내가 알지 못하는 아름다움과 지혜가 가득함을 깨닫습니다.
새로운 한 해를 열며, 그것들을 볼 수 있는 눈과 마음 열어 주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