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력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2017-02-02
조회수 605
젊음의 때에 나는 유난히 시력이 좋아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먼 곳과 가까운 것을 잘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력이 좋은 게 다 좋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때로 안 봐도 될 것까지 다 볼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나는 시력이 좋은 사람보다 안경을 쓴 사람이 더 좋았습니다.
마주 앉아 빤히 쳐다보아도 나를 다 들키지 않을 것 같은 편안함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40대 중반을 넘어서서면서 노안에 난시가 겹쳐 불편함이 시작되었습니다.
돋보기가 있어야 글이 제대로 보이니 예전처럼 책을 마음대로 읽을 수 없고, 글씨가 작은 설명서는 대충 읽고 넘어갈 때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얼마 전 노안수술을 한 지인을 만났습니다.
그 님은 일찍부터 시력이 좋지 않아 고생하다가 새 눈을 얻고 보니 안경을 벗어도 모든 것이 환하게 잘 보이는 신세계가 열렸다고 했습니다.
신세계로의 희소식에 귀가 솔깃하다가 나는 굳이 다 선명하게 보이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젊은 친구들보다 세상을 더 살았으니 아는 게 조금 더 많다고 잔소리하기가 쉬울 텐데 그보다 나에게 더 필요한 것은 누군가의 단점을 적게 보고, 마음을 읽으며, 한 눈을 감아주는 너그러움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