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망과 감사 사이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2017-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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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결혼한 신혼부부가 인사차 찾아왔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젊은 친구의 속내를 듣게 되었습니다.

다른 가정만큼, 원하는 만큼 베풀지 않는 어머니에 대한 해묵은 원망을 풀어놓았습니다.

지인의 가정이라 그들의 어머니는 하느라고 했는데 매사에 감사가 없는 아들에 대한 아쉬움과 상한 마음을 익히 들어왔던 차였습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느 한 쪽이 나쁜 게 아니라 나름 노력해온 어머니와 아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 가정뿐 아니라 부부관계, 고부관계, 형제관계,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이러한 상황은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서로 다른 입장의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지옥 같은 마음을 천국으로 옮길 수 있을까요?

 

원망과 감사 사이에 기대라는 단어를 넣어봅니다.

누군가 나에게 이만큼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만큼 상대방을 의존하고 기대하고 있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대는 받는 사람의 마음이 기준이 됨으로 줄 사람의 마음과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고, 그 기대가 채워지지 않는 한 서운함과 불협화음은 계속될 것입니다.

 

우리 인생은 더불어 살지만 따로, 즉 독립적인 개체로 살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필요합니다.

함께 또 따로 살아야 합니다.

이 경계가 모호해지거나 무너지면 나이에 상관없이 평생을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족함이 없는 서운함과 분노를 지닌 채 살게 될 것입니다.

 

인생의 새로운 단계를 시작하는 신혼부부의 등을 토닥이며 일러주었습니다.

그대의 인생은 사랑하는 이들에게 속해 있으나 그대의 인생으로 살아가라고.

아무에게도, 아무것도 당연히 받을 것이라 기대하지 말라고.

그러면 아주 작고 작은, 사소한 것도 감사가 되고, 그대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라고.

그리고 베풀 때에는 받을 것을 셈하거나 기대하지 말라고.

주든지 받든지 마음에 계산이 앞선다면 그로인해 당신의 삶이 묶이게 될 것이라고.

되돌려 받을 것을 기대하지 않는 조건 없는 나눔은 그대의 삶을 행복하게 할 것이라고.

 

이 땅에서 천국을 살아가는 열쇠는 누군가 주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나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