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작성자 조금엽

등록일 2019-01-07

조회수 505



그날

 

 

수년 동안 C국에서 사역하시던 선교사님이 갑작스레 추방을 당하여 짐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돌아왔습니다.

부산을 방문한 선교사님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한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선교사님은 그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주었습니다.

그날이 올 거라 생각은 했습니다. 그래도 2년 정도는 남아있을 거라 여겼지요. 그런데 저에게 그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습니다.”

    

2년 전에 사별한 아리땁고 사랑스러운 한 여인을 만났습니다.

여러 가지로 주위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던 가정이었습니다.

건장한 체격에 운동도 잘 하고 활달하여 회사와 교회와 단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오던 남편이 배가 아파 응급실로 들어갔는데 닷새 만에 천국으로 보냈다고 했습니다.

토요일에 입원해서 주일을 지냈는데 부모님과 형제들에게 제대로 알리지도 못한 상황에서 급속히 병이 진행되어 그만 그렇게 보내고 말았습니다. 그날이 저에게 그렇게 올 줄은 몰랐지요.”

    

어제는 지인의 장례식장에 다녀왔습니다.

병석에 누워 있긴 했지만 감기로 그렇게 갑자기 갈 줄은 몰랐다며 마음 아파하는 가족들을 보았습니다.

 

언젠가는 맞이하게 될 나의 그날을 생각합니다.

의학이 발달하고 100세 시대를 말하지만 나의 남은 날이 얼마나 될 지 알 수 없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주님께서 오라 하시면 나는 한순간 모든 것을 멈추고 이 땅의 모든 것을 그대로 남겨두고 하늘나라로 이사하게 될 것입니다.

 

무겁고 복잡했던 삶이 가볍고 단순해집니다.

내 삶에서 가지치기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합니다.

삶의 목표가 더욱 선명해집니다.

남는 장사를 하는 청지기로 살고 싶습니다.